
2026년 6월 18일 목요일 발행
중국 AI칩, 엔비디아 독점에 균열 낸다
AI 반도체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의 독무대였다. 전 세계 AI 훈련용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70~80%. 챗GPT부터 제미나이까지, 대형 AI 모델 대부분이 엔비디아 칩 위에서 학습된다. 이 압도적인 지위 뒤에는 단순한 하드웨어 성능만이 아니라 CUDA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있다. 개발자들이 수십 년간 CUDA에 맞춰 코드를 짜왔기 때문에, 칩을 바꾸는 건 하드웨어 교체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갈아엎는 일이다.
그런데 이 공고한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방향은 두 갈래다.
첫 번째는 미국의 수출 규제다. 미국은 2022년부터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막아왔다. H100, A100 같은 최상위 칩은 물론, 규제를 피해 설계한 H20마저 2025년 추가 제한 대상에 올랐다. 역설적이게도, 이 봉쇄가 중국 내 AI칩 자립 의지를 불태웠다.
두 번째는 중국의 반격이다. 화웨이는 어센드(Ascend) 시리즈를 앞세워 중국 AI 기업을 공략 중이고, 캠브리콘·바이두·알리바바 반도체 자회사까지 설계 경쟁에 뛰어들었다. 성능은 아직 엔비디아의 최신 칩에 미치지 못하지만, "살 수 없는 칩"과 "성능이 조금 낮지만 살 수 있는 칩" 사이에서 중국 기업들의 선택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변수는 제조 역량이다. 중국 AI칩 설계가 발전해도, 생산을 맡은 SMIC의 공정 기술은 TSMC 대비 1~2세대 뒤처진다. 설계도는 있는데 공장 실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구조다. 이 간극이 좁혀지느냐가 중국 AI칩의 진짜 분수령이다.
한국에도 불똥이 튄다. 엔비디아 제재가 풀리거나 AMD가 중국 시장에 진입하면, 그 칩에 들어갈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망이 재편된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을 누가, 어떤 칩에 공급하느냐의 판이 바뀌는 것이다.
체리 두 조각
수출 규제는 단기적 타격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앞당기는 촉매가 된다. 화웨이·캠브리콘 등이 실제 AI 서비스에 납품하며 기술을 쌓고 있고,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과 내수 시장이 버팀목이 된다. 결국 '중국만의 AI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설계 역량이 늘어도 첨단 공정 없이는 성능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 SMIC는 7nm 이하 양산에서 여전히 벽에 막혀 있고, EUV 장비 도입도 제재로 봉쇄된 상태다. 소프트웨어 생태계(CUDA 대항마)도 미성숙하다. 중국 AI칩이 내수를 대체할 수 있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위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