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0일 토요일 발행
중동의 포성, 한국 물가까지 흔든다
중동에서 전쟁의 불꽃이 다시 튀었다. 그 여파는 에너지 시장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간다. 한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엔 이 '에너지 쇼크'가 깔려 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유가가 오르면 수송·생산 비용이 동반 상승한다. 물가 상승의 불씨가 에너지에서 시작해 생활 전반으로 번지는 구조다. 정부가 LPG 가격을 인하하면서도 석유 최고가는 동결한 것도 이 불씨를 끄기 위한 핀셋 대응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고부채 상황에서의 재정 지출 확대가 인플레이션 대응의 발목을 잡는다"고 경고했다. 쉽게 말해, 물가를 잡으려면 돈줄을 조여야 하는데, 전쟁 충격을 완화하려고 정부가 돈을 풀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역설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약 100% 수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 중 하나다. 이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폭발적으로 커진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다시 자극받는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사실상 어느 방향으로도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덫'에 걸린 셈이다.
BIS 수석이코노미스트 신현송도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재정을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에너지 공급 차질과 재정 인플레이션이 겹치는 이중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다. 베트남이 중동발 에너지 쇼크에 범정부 긴급 대응 체제를 가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지금의 물가 전쟁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다. 전쟁·에너지·부채·환율이 얽힌 복합 방정식이고,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그 한가운데서 좁은 길을 걷고 있다.
체리 두 조각
에너지 가격 급등은 서민 생활을 직격하는 만큼, 정부가 보조금·가격 동결 등 재정 수단을 적극 동원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단기 물가 자극보다 실질 구매력 방어가 더 시급한 과제이며, 특히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선별적 재정 지출은 불가피하다.
고유가 국면에서 재정을 확대하면 인플레이션을 오히려 부추긴다. BIS의 경고처럼 고부채 상황에서의 돈 풀기는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효과를 희석시킨다. 단기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고, 통화·재정 모두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장기적 신뢰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