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0일 토요일 발행
반도체 성과급 잔치가 끝나면, 서민 물가가 오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있다. 두 회사가 올해 임직원에게 풀기로 한 성과급과 특별보로 규모를 합산하면 약 50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급 호황이 역대급 보너스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데 이 돈이 시장에 일시에 풀릴 때 생기는 부작용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성과급발(發) 인플레이션'이라 부른다. 고소득 직장인의 지갑이 두꺼워지면 소비가 급증하고,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가격이 오른다. 특히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서비스 물가가 직격탄을 맞는다. 외식비, 숙박비, 여가·여행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핵심은 이 상승의 피해가 모두에게 균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성과급을 받은 반도체 종사자들은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도 올랐지만, 저소득층은 오른 물가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쉽게 말해, 누군가의 잔치가 다른 누군가의 생계비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여기에 교역조건 개선이라는 변수가 하나 더 붙는다. 반도체 수출이 늘면 원화 가치가 오르고 수입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신현송 전 BIS(국제결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명목성장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도체 호황이 단순한 인플레 유발 요인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상황은 해외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는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상승 압박이 크다"며 반도체 가격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스마트폰·가전·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제품 가격도 줄줄이 뛸 수 있다. 호황의 온기가 물가 상승이라는 냉기를 데리고 온다.
체리 두 조각
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수출 증대와 세수 확충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는다. 성과급 지급으로 생긴 소비 진작은 내수를 살리는 동력이 되며, 교역조건 개선으로 수입 물가를 낮추는 상쇄 효과도 있다. 단기적 물가 상승 우려보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고소득 집중 소비가 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리면, 소득이 오르지 않은 저소득층은 외식비·숙박비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겪는다. 호황의 과실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구조에서는 성장이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성과급 과세 강화나 저소득층 물가 지원 같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