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0일 토요일 발행
쿠팡이츠, 폭염 속 라이더 챙긴다…플랫폼 노동 안전망의 균열
한여름 도심의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 배달 라이더들은 가장 바쁘다.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집에서 음식을 시키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위험한 날이 가장 많이 일해야 하는 날이 된다. 쿠팡이츠가 최근 여름철 야외 이동노동자를 위한 안전망 확대를 발표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쿠팡이츠의 조치는 구체적으로 폭염 시 쿨링 지원, 안전 정보 제공, 휴식 공간 확보 등을 담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환영할 만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 보면 더 큰 질문이 남는다. 왜 이걸 기업이 하는가.
한국의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는 약 87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쉽게 말해 고용보험·산재보험 같은 기본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 처리가 까다롭고, 일감이 끊겨도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5년 플랫폼 노동 관련 협약을 채택하며 각국에 플랫폼 노동자 보호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대만은 한발 앞서 배달 플랫폼에 대한 강제노동 규제를 강화했고, 이는 한국의 공급망·노동 정책에도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기준이 올라가는 만큼, 한국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논의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안전·복지 기준을 적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경기도 등 지방정부가 노동시간·복지·안전을 전방위로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도, 중앙의 제도 공백을 지방이 메우려는 시도로 읽힌다.
결국 쿠팡이츠의 이번 조치는 반갑지만 충분하지 않다. 기업의 자발적 선택에 따라 보호의 수준이 달라지는 구조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플랫폼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안전망의 두께가 달라진다면, 그건 복지가 아니라 복권에 가깝다.
체리 두 조각
정부 규제보다 기업의 자발적 안전 투자가 더 빠르고 유연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플랫폼 산업은 구조가 다양하고 변화가 빠른 만큼, 일률적인 법 규제는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쿠팡이츠처럼 기업이 자체적으로 노동자 안전망을 넓혀가는 흐름을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기업의 자발적 조치는 언제든 철회될 수 있고, 모든 플랫폼이 같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870만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을 기업의 선의에 맡겨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같은 입법을 통해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보편적 안전·복지 기준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