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2일 월요일 발행
미·이란, 스위스서 협상 테이블 앉았다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에서 직접 대면 협상에 돌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언급하며 대화 의지를 내비쳤고, 종전 합의가 이미 체결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40년 넘게 적대 관계를 이어온 두 나라가 마주 앉았다는 것 자체가 뉴스다.
그런데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의제가 만만치 않다. 의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레바논 사태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분쟁에서 이란이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구도를 끊는 것이다. 둘째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길목을 이란이 틀어쥐고 있어,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유가가 요동친다. 셋째는 이란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해제 협상이다. 이란은 현재 핵무기 제조 직전 단계인 60% 수준의 우라늄 농축까지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협상 분위기는 묘하게 긴장감이 감돈다. 트럼프는 한편으론 "합의에 근접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레바논 내 이란 대리 세력을 막지 않으면 재공습하겠다"고 경고했다. 쉽게 말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1기 때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이번 협상을 '역사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45년 이상 공식 외교 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그 사이 인질 사태, 핵 위기, 대리전, 암살 작전 등 수많은 충돌이 이어졌다. 오바마 행정부 때 맺은 JCPOA가 유일한 외교적 돌파구였지만, 트럼프 1기 때 파기되고 바이든 행정부의 재협상도 끝내 무산됐다.
이번 협상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레바논 의제부터 시작해 핵·제재로 넘어가는 단계적 구조를 택했다는 점은 현실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협상 중에 공습을 경고하는 방식이 이란 내 강경파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는다.
체리 두 조각
45년 단절을 깨고 직접 협상에 나선 것 자체가 진전이다. 레바논 사태와 호르무즈, 핵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 수 있는 유일한 경로는 대화뿐이다. 강압적 제재와 군사 위협만으로는 이란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했다. 합의가 불완전하더라도 긴장 완화 자체가 중동 전체의 안정에 기여한다.
협상 중에도 공습 경고를 유지하는 건 이란의 실질적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현실적 압박이다. 이란은 과거 JCPOA에서도 핵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고, 레바논·예멘 등 대리 세력 지원도 중단하지 않았다. 군사적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지 않으면 이란이 협상을 시간 끌기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