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4일 수요일 발행
호르무즈 해협이 열렸다…유가는 내리고 금값은 흔들린다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지나는 길목이 있다. 페르시아만에서 아라비아해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이 막히거나 위협받을 때마다 국제 유가는 출렁였다.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이 진전되며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이 회복 조짐을 보이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국제유가 기준인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73달러대로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유가 하락 자체는 나쁜 신호가 아니다. 쉽게 말해, '전쟁 프리미엄'이 빠지는 과정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값이 치솟는데, 긴장이 완화되면 그 웃돈이 빠진다. 이번 하락도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라 공급 불안이 걷히면서 생긴 현상이다.
금값은 좀 더 복잡하게 움직였다. 전쟁 위기가 고조됐을 때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려 가격이 뛰었다. 그런데 미·이란 협상이 진전되자 하루 만에 약 1% 반등하는가 하면, 달러 강세와 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며 다시 3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왜 금값은 이렇게 오락가락할까. 핵심은 달러와 금리의 역학이다.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이나 예금처럼 이자를 주는 자산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 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금은 다른 통화 사용자에게 더 비싸져 수요가 줄어든다.
즉, 중동 긴장 완화는 금값에 두 가지 상반된 힘을 동시에 건다. 안전자산 수요는 줄지만, 전쟁 리스크 완화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줄어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가 금값을 지지하기도 한다. 어느 힘이 더 세냐에 따라 금값의 방향이 결정되는 구조다.
중동 정세는 여전히 변수다. 미·이란 협상이 '잠정 합의' 수준에 머물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안정이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유가와 금값을 둘러싼 시장의 눈치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체리 두 조각
미·이란 협상 진전과 호르무즈 해협 운항 재개는 중동 원유 공급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 긍정적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실질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방향이다.
미·이란 합의는 아직 잠정적 수준이며, 중동 정세의 근본적 불안 요인이 해소된 건 아니다. 금리 인상 우려와 달러 강세가 맞물려 자산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유가 급락이 산유국 재정에 충격을 주거나, 협상이 다시 결렬될 경우 유가와 금값 모두 급반등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