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4일 수요일 발행
호르무즈가 막혔다…한국 유조선, 홍해로 돌아간다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는 길목,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한 보복 명목으로 해협을 틀어막으면서, 이 길을 이용하던 한국 선박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봉쇄 직후, 호르무즈 해협 안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은 약 26척이었다. 이 중 일부는 해협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고, 이미 홍해를 통한 우회 항로로 원유를 수송하는 횟수가 아홉 번째에 이르렀다. 그러나 봉쇄 초기에는 여전히 22척가량이 해협 안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쉽게 말해, 중동에서 한국으로 오는 원유의 길이 두 갈래가 됐다. 하나는 기존의 호르무즈—인도양—말라카 해협 루트, 다른 하나는 페르시아만 북쪽으로 올라가 수에즈 운하를 거쳐 홍해를 지나는 우회 루트다. 우회 루트는 거리가 훨씬 길다. 평균 운항 기간이 2~3주 더 늘어나고, 연료비와 운임도 덩달아 오른다.
복잡한 건 홍해도 이미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멘 후티 반군이 2023년 말부터 이 해역을 오가는 선박을 겨냥해 공격을 이어왔고,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홍해를 기피해 온 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즉 한국 선박들은 막힌 길에서 빠져나왔지만, 돌아간 길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한다. 호르무즈는 단순히 '멀리 있는 해협'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에너지 동맥에 직결된 통로다. 이번 사태가 정상화 수순으로 가고 있다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언제 다시 불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체리 두 조각
한국 선박들이 속속 호르무즈를 통과하거나 홍해 우회에 성공하고 있어 실질적 운송 차질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외교 채널을 통한 이란과의 대화, 미국 주도의 해군 호위 작전 등이 맞물리면 봉쇄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며, 원유 수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일시적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는 중동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한국의 에너지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호르무즈 봉쇄, 홍해 후티 공격이 동시에 현실화된 지금, 우회로 확보나 비축유 활용 같은 단기 대응을 넘어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와 비상 대응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