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4일 수요일 발행
"닥치고 지어라"…이재명 정부, 부동산의 판을 바꾼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공개 발언에서 꺼낸 말, "닥치고 집 지어야 한다." 이 한 문장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압축한다. 세금·규제 중심이었던 과거 진보 정부의 접근법과 결별하고, 공급을 최우선 해법으로 내세우겠다는 선언이다.
왜 지금 이 말이 나왔을까.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다가오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은 다시 꿈틀거리고, 여야와 시민단체 모두 정부 대응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민의힘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나란히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이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한국경제 등 언론은 정부 정책이 '5가지 도그마'에 빠져있다고 비판하며, 이념에 갇힌 정책이 시장의 실제 숫자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실장의 발언은 이런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는 방어이자, 내부 방향 전환의 신호다. 쉽게 말해 "우리는 다르다. 무조건 짓겠다"는 포지셔닝이다. 실제로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걷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용적률 완화, 인허가 절차 단축 등이 연이어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공급 만능론'도 만만찮은 반론에 직면한다. 집을 짓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실제 입주까지는 통상 5~7년이 걸린다. 지금 삽을 꽂아도 시장이 안정되는 건 다음 정부 임기 때다. 더구나 공급 물량이 수도권 특정 지역에 쏠리면, 오히려 그 지역 지가를 자극해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역설이 반복돼왔다. 역대 정부 모두 공급 카드를 꺼냈지만, 그때마다 시장은 제 갈 길을 가곤 했다.
'도그마 대 도그마'의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세금·규제 중심의 수요 억제론을 "이념의 도그마"라 비판하면서, 공급 확대론 자체가 또 하나의 도그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6 부동산정책포럼에서도 세금과 공급을 동시에 다루는 '쌍방향 해법'이 논의됐다. 결국 공급은 필요조건이지, 그것만으로 충분조건이 되기는 어렵다.
체리 두 조각
집값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세금과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방식은 실수요자의 거래만 막고 집값은 잡지 못한다는 게 역대 정부가 남긴 교훈이다. 지금처럼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인허가 속도를 높이고 규제를 풀어 물량을 대거 쏟아내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공급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투기 수요가 살아있는 한, 공급 물량은 실수요자가 아닌 다주택자의 자산으로 흡수된다. 세금·금융 규제로 수요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임대차 시장 안정 등 구조적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