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5일 목요일 발행
불 꺼진 공장이 세계를 만든다…'다크 팩토리' 수출 전쟁
공장에 불이 꺼져 있다. 사람이 없으니 조명도 필요 없다. 로봇과 AI가 24시간 스스로 생산하고, 판단하고, 수정한다. 이것이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다. '암흑 공장'이라고도 불리는 이 개념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사람 없이도 완전히 자립 운영되는 제조 시설을 뜻한다.
최근 한국 정부의 기술·경제 자문회의에서 다크 팩토리를 단순 도입 전략이 아닌 수출 모델로 키우는 방안이 논의됐다. 쉽게 말해, 한국이 공장을 짓는 게 아니라 '공장을 짓는 시스템'을 팔겠다는 구상이다. KAIST가 AI 공장 통합운영 플랫폼 '카이로스'의 수출 모델 개발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흐름의 배경엔 중국의 무서운 질주가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등대공장' —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가장 앞서 적용한 제조 시설에 주는 타이틀 — 에서 중국은 전 세계 등대공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 무서운 건, 중국이 단순히 스스로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제조 생태계 전체를 패키지로 수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공장 설계부터 로봇, 소프트웨어, 운영 노하우까지 통째로 묶어 개발도상국에 심어주는 방식이다.
한국도 대응에 나섰다. 티로보틱스, 여의시스템, 링크솔루션 같은 기업들이 피지컬 AI — 로봇 같은 물리적 장치와 AI를 결합한 기술 — 솔루션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특히 방산 분야에선 무인화 다크팩토리 모델도 등장했다. 이제 다크 팩토리는 민간 제조업을 넘어 국방·안보 영역으로도 확장되는 추세다.
핵심 과제는 기술 단품이 아니라 '시스템 수출'이다. AI, 로봇, 운영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엮인 생태계를 하나의 상품으로 패키징해야 한다. 한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잘 만드는 공장'을 파는 나라가 될 수 있느냐가 이 전략의 핵심이다.
체리 두 조각
다크 팩토리 수출은 제조업의 미래 먹거리다. AI·로봇 기술을 결합한 시스템 수출은 단순 제품 수출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한 번 생태계를 이식하면 장기적 의존 관계를 형성한다. 중국이 이미 제조 생태계 수출로 시장을 선점하는 만큼, 한국도 공격적인 기술 투자와 패키지 전략으로 지금 당장 승부를 걸어야 한다.
다크 팩토리 확산은 제조업 일자리 공동화를 가속한다. 수출 전략보다 먼저, 자동화로 대체되는 국내 노동자의 재교육과 사회 안전망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기술 수출의 과실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정작 제조 현장 노동자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적 불균형을 먼저 짚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