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7일 토요일 발행
호남 반도체 단지, 물 부족 논란에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반도체 공장에는 물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웨이퍼를 씻고, 공정 온도를 낮추고, 화학 약품을 희석하는 데 쓰이는 초순수(超純水)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한다.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하나가 하루에 쓰는 물은 수십만 톤에 달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하루 약 20만 톤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 공장이 모이는 클러스터 규모에서 물 인프라는 사실상 '입지의 전제 조건'이다.
정부는 호남권에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밀고 있다. 수도권·충청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태계를 분산하고, 호남 지역 경제에도 새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최근 "호남에는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산업용수를 댈 수 있는 수자원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섬진강·영산강 유역의 수량이 한강·낙동강보다 적고, 대규모 취수 시설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호남에서도 하루 100만 톤의 산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히며 '용수 부족론'을 정면 반박했다. 기후환경부 장관도 가세해 공식 입장을 예고했다. 정부가 근거로 드는 건 기존 댐·저수지의 여유 용량과 신규 취수원 개발 가능성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그 대안 중 하나로 농업용 저수지를 끌어다 쓰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농업용 저수지는 원래 농사철 관개용으로 확보된 물이다. 이를 산업용으로 전용하려면 농업 용수 수급에 차질이 없는지, 수질 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물이 충분하다"는 선언과 "어디서 어떻게 끌어올 것이냐"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바로 논쟁의 핵심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는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강한 정치적 수요를 갖는다. 그만큼 인프라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발표가 먼저 나오는 경향이 있다. 물 문제는 착공 후에 드러나면 되돌리기 어렵다. 선언과 검증이 순서를 지키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체리 두 조각
정부와 대통령은 기존 댐·저수지 여유 용량과 신규 취수 개발을 합산하면 하루 100만 톤 이상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고 호남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균형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인프라는 클러스터 조성과 병행해 확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공장은 안정적이고 대규모인 용수 공급이 전제돼야 가동이 가능하다. 농업용 저수지 전용 등 대안이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인프라 준비가 덜 됐다는 방증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유치보다 물 확보가 먼저'라는 주장처럼, 선언보다 구체적인 수원 계획과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