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 2일 목요일 발행
유럽의 에어컨 불모지, 폭염 앞에서 드러나다
유럽이 기록적 폭염에 시달리고 있어요.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에서 40도를 넘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죠.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어요. 이렇게 더운데 유럽 가정의 대다수가 에어컨이 없다는 거예요.
유럽은 역사적으로 에어컨이 필수가 아니었어요. 지중해 연안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지역이 여름도 서늘했거든요. 더운 날씨는 한여름 몇 주일뿐이었고, 창문을 열어 바람을 넘기는 정도면 충분했어요. 그래서 건축 문화도 '자연 환기'에 최적화돼 있었어요. 두꺼운 벽, 작은 창문, 높은 천장 — 이런 구조들이 실내 온도를 낮추도록 설계된 거죠.
하지만 기후변화가 이 전제를 깨뜨렸어요. 과거에는 평년 여름이 지금의 폭염 수준이 됐어요. 과거에는 드문 폭염이 이제는 자주 찾아와요. 유럽인들은 갑자기 냉방기가 필요해졌는데, 집에는 없고, 시장에도 부족한 상황에 빠졌어요.
이제 에어컨이 정치 이슈가 됐어요. 한쪽은 "폭염 피해를 줄이려면 에어컨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해요. 건강 위험이 너무 높으니까요. 다른 한쪽은 "에어컨은 전기 소비를 늘려 온난화를 가속한다"고 경고해요. 악순환이라는 거죠. 더운 일을 막으려고 에어컨을 켜면 전기를 더 쓰고, 그럼 지구가 더 데워지고, 더 많은 사람이 에어컨을 찾는다는 악순환이요.
현실은 이미 움직이고 있어요. 폭염이 심해지자 중국산·한국산 에어컨 판매가 폭증했어요. 중국 가전사들은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을 정도예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죠.
이건 단순한 가전 이슈가 아니에요. 부자 나라들도 기후변화 앞에선 무력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에요. 수십 년간 날씨가 변하지 않으면 문화도, 건축도, 정책도 그에 맞춰져요. 그 체계를 바꾸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요. 유럽은 지금 그 전환의 한복판에 있는 거죠.
체리 두 조각
폭염은 더 이상 불편함이 아니라 생명 문제예요. 유럽 곳곳에서 열사병으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거든요. 고령층·만성질환자·취약계층은 에어컨 없이는 생존이 위협받아요. 기후변화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온난화 가속'을 걱정하며 에어컨을 미루는 건 눈앞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이에요. 지금은 적응(생명 보호)이 완화(온난화 억제)보다 시급해요. 재정과 건축 규제를 풀어 에어컨 보급을 서둘러야 해요.
에어컨은 응급약이지 해결책이 아니에요. 냉방 수요가 늘어나면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이는 곧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량 증가로 이어져요.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지구 기온이 더 올라가고, 결국 더 많은 사람이 에어컨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에요. 유럽은 재정을 에어컨 보급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전환, 건물 단열 개선, 도시 녹지 확대 같은 근본 대책에 쏟아야 해요. 단기 편의보다 장기 생존이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