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0일 토요일 발행
중동의 포성, 한국 장바구니까지 흔든다
물가가 잡혔다고 느껴지는가. 체감은 다를 수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겉으로는 안정된 물가 수치를 보여주면서도, 속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조용히 끓어오르는 이중 구조 속에 있다.
핵심 배경은 중동발 유가 충격이다.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유가 상승이 한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나라다.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는 물론 운송·생산 비용 전반이 연쇄적으로 올라, 결국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
그런데 정부는 '2%대 물가 안정'을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정부가 LPG 가격을 인하하고 석유류 최고가격제를 동결하는 등 행정적 수단으로 가격을 눌러놓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실제 시장 압력은 더 높은데 정책으로 뚜껑을 덮어두는 '인플레이션 착시' 상태다. 억눌린 가격은 언젠가 한꺼번에 튀어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위험이다.
설상가상으로 재정 부문에서도 불씨가 살아 있다. 정부가 민생 지원 명목으로 현금성 지원을 늘릴수록, 시중에 돈이 풀려 수요가 자극된다. 공급 압박과 수요 자극이 동시에 작동하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일부 전문가들이 '재정적 인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베트남 등 신흥국들도 2026년 물가상승률이 최대 5.4%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유가 충격에 노출된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싶지만 물가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금리 딜레마' 에 빠져 있다.
체리 두 조각
정부의 가격 개입은 서민 생활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유가 급등과 같은 외부 충격이 가계까지 직격탄을 날리기 전에 완충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가를 행정적으로 안정시키는 동시에 현금 지원으로 소비 여력을 보완하는 복합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격 통제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억눌린 인플레이션은 결국 한꺼번에 폭발할 위험이 크고, 시장 왜곡을 부른다. 현금 지원 확대도 수요를 자극해 오히려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고 시장 가격이 실제 압력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용어 한 입
- 최고가격제
- 정부가 특정 상품의 판매 가격 상한선을 정해 그 이상으로 팔지 못하게 규제하는 제도.
- 재정적 인플레이션
- 정부가 재정 지출이나 현금 지원을 늘려 시중 자금이 과잉 공급되면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