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4일 수요일 발행
악재만 교체될 뿐, 환율 1,540원의 벽이 버티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530~1,540원 사이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잠깐 숨을 고르다가도 새로운 악재가 등장해 다시 고점을 찍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쉽게 말해, 핑계가 바뀔 뿐 방향은 언제나 '위'다.
무엇이 환율을 이렇게 붙잡고 있는 걸까. 크게 세 가지 힘이 맞물려 있다.
첫째는 강달러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달러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달러가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원화는 약해진다.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흥국 통화 전반의 문제다.
둘째는 외국인 매도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면 그 대금을 원화로 받은 뒤 다시 달러로 바꿔 나간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달러 수요가 늘고 원화 공급이 늘어나니 환율이 오른다. 최근 들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이 압력이 상당하다.
셋째는 서학개미다. 서학개미란 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를 뜻한다. 이들이 달러를 사서 해외 주식을 매수하면, 국내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 환율 상승 압력이 가중된다. 최근 미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면서 서학개미의 '달러 사자'가 재개됐다.
한편 중공업 네고(국내 조선·방산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것)가 환율 상승을 일부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물량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한국과 일본 당국의 구두 개입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1,540원이라는 숫자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거의 볼 수 없었던 수준이다. 환율이 이 높이에서 고착되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소비자 물가도 자극받는다. 기름값, 식료품값 등 생활물가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뜻이다.
체리 두 조각
현재 환율 수준은 글로벌 강달러라는 구조적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당국이 구두 개입이나 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인위적으로 환율을 억누르면 외환보유고만 소진될 뿐,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 환율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도록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하다.
1,540원에 육박하는 환율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실물 경제 타격으로 이어지는 위험 수위다.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서민 생활을 압박한다. 한국과 일본이 공조해 외환시장에 선제적으로 개입하거나, 최소한 강력한 구두 경고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