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5일 목요일 발행
사람 대신 로봇…일본이 '인구절벽'을 기계로 메운다
일본은 지금 사람이 없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겹치며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995년을 정점으로 30년째 줄어들고 있다. 2023년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9%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제조 현장, 물류 창고, 식품 공장 가릴 것 없이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는 아우성이 이어진다.
일본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로봇이다. 로봇 도입 보조금을 확대하고, 자동화 친화적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민관이 함께 속도를 낸다. 산업용 로봇 수주는 최근 전년 대비 17% 급증했다. 반도체 공장 신증설 붐이 맞물리며 로봇 수요에 기름을 부은 결과다.
사실 일본은 로봇과 친숙한 나라다.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파낙(FANUC), 야스카와, 가와사키, 나치후지코시는 이른바 '4대 천왕'으로 불린다. 이들 기업이 전 세계 공장에 깔린 로봇의 상당수를 공급해왔다. 일본은 로봇을 '쓰는' 나라인 동시에 '만드는' 나라다.
달라진 건 AI의 등장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데 특화됐다. 하지만 지금은 구글,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가 AI를 탑재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일본 제조업체들도 이 흐름에 올라타며 AI 로봇으로의 전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식품업계의 변화는 특히 상징적이다. 위생 기준이 까다롭고 식재료 형태가 제각각이라 자동화가 가장 어렵다는 분야였다. 그런 식품 공장이 '지능형 자율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인력난과 임금 상승이 로봇 도입의 비용 장벽을 허물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무관하지 않다. 일본 로봇 기업들이 한국 부품·장비 업체와 공급망을 엮어가고 있고, 한국 역시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같은 문제를 10~15년 시차를 두고 따라가고 있다. 일본의 실험은 한국의 예고편일 수 있다.
체리 두 조각
인구 감소는 막을 수 없는 구조적 흐름이다. 로봇·AI 자동화는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3D 업종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현실적 해법이다. 일본이 로봇 강국의 저력을 AI와 결합해 재편하면, 제조업 경쟁력 회복은 물론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수록 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는 빠르게 소멸한다. 자동화 혜택은 자본을 가진 대기업에 집중되고, 중소 영세업체와 고령 노동자는 전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기술 도입 속도만큼 사회 안전망 정비가 함께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