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7일 토요일 발행
코스피 급락, 뉴욕·도쿄까지 흔들렸다
코스피가 급락했다. 그리고 그 충격은 한국 증시에 그치지 않았다. 뉴욕 증시와 도쿄 증시까지 흔들리며, 이번 하락이 단순한 국내 이슈가 아님을 보여줬다.
배경부터 짚어야 한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는 압력은 크게 세 갈래다. AI 수요 폭증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불안, 미국 관세 정책이 부른 소비재 가격 급등, 그리고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 자금 이탈이다.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최대 300달러 인상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맥락이다. 반도체 원가가 오르자 그 부담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른바 'AI 인플레이션'이다.
원·달러 환율은 1,561.5원까지 치솟았다. 17년 만의 최고치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하려 한다. 그러면 주가가 더 떨어지고, 주가가 떨어지면 환율이 또 오른다. 이 악순환이 시장의 '자기증폭 메커니즘'이다.
여기에 '반대매매' 공포까지 더해진다. 빚을 내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 이른바 빚투 세력이 주가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는 강제로 주식을 처분한다. 이 반대매매가 추가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낙폭이 한층 커지는 구조다. 장이 흔들릴수록 빚투 청산이 가속화되고, 청산이 가속화될수록 장이 더 흔들린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 내 지각변동도 일어났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AI 반도체 수혜 기대가 삼성전자의 모바일·파운드리 부진보다 더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시장의 공포 속에서도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의 수요는 살아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서킷브레이커 발동 가능성도 거론됐다. 서킷브레이커란 주가가 단시간에 급락할 때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안전장치다. 역사적으로 발동 이후 시장이 반드시 회복된 건 아니지만, 공황 심리를 잠시 식히는 효과는 있었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건 이성적 판단이 개입할 시간일 수 있다.
체리 두 조각
이번 급락은 과열된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이다. AI 투자 붐에 올라탄 고평가 주식들이 현실적 가치로 수렴하는 것이며, 정부 개입보다는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도록 두는 편이 낫다. 반대매매와 외국인 이탈도 시장이 리스크를 재평가하는 정상적인 기능이다.
환율 17년 최고치, 자기증폭 하락 구조는 시장 자율에만 맡기기에 너무 가파르다. 빚투 반대매매가 낙폭을 증폭시키는 구조적 문제인 만큼 서킷브레이커 발동 기준 조정이나 외환 안정화 개입 등 당국의 선제적 조치가 공황 심리 확산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