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7일 토요일 발행
반도체 ETF에 개미 뭉칫돈…레버리지까지 손 뻗었다
반도체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더 사들인다. 최근 폭락장에서도 반도체 관련 ETF에 1조 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흔히 말하는 '줍줍' 심리다. 그런데 이번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단순한 반도체 ETF가 아니라 압축 투자형 ETF, 심지어 레버리지 ETF로까지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압축 투자 ETF란 반도체 종목 전반에 분산하는 대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핵심 2~3개 종목에 집중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상품이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 수익률의 2~3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다. 쉽게 말해 오르면 두세 배 벌고, 내리면 두세 배 잃는 구조다.
왜 지금일까. 배경엔 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있다.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이 뜨겁다. SK하이닉스는 HBM 공급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삼성전자도 추격 중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넘어선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을 보며 '반도체 불장 2라운드'가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ETF까지 관심이 번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를 사들이는 서학개미도 늘었다. 국내 증시에 실망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SOXL 같은 미국 반도체 3배 ETF는 단기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크지만, 그만큼 단기 수익 가능성도 높아 공격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
문제는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특성이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선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해, 지수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도 ETF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생긴다. 반도체 산업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것과, 레버리지 상품으로 단기 수익을 노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체리 두 조각
AI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 반도체는 장기 성장 섹터다. 조정 국면에 압축·레버리지 ETF로 진입하는 건 합리적 위험 감수다. 실제로 엔비디아발 AI 사이클이 HBM 수요를 견인하면서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수혜가 가시화되고 있고, 소부장까지 수혜가 확산되는 '2라운드'가 현실화되는 중이라는 시각이다.
레버리지·압축 ETF는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크고, 음의 복리 효과로 인해 장기 보유 시 지수 대비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반도체 업황은 AI 수요 외에도 경기 사이클·미중 무역 갈등·공급 과잉 리스크가 상존한다. 개인 투자자가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쏠리는 현상은 시장 급락 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